마스크 가운데 투명코팅지로 제작
교사가 쓰면 입모양 잘 볼 수 있어
청각장애인 학습장애 해소에 도움
자원봉사자 도움 받아 대량 생산
“청각장애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주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마스크가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전국 청각장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교사용 마스크를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대전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의 조성연(29·사진) 대표는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청각장애 학생들이 학습의욕을 잃지 않도록 일선 교사들과 학교가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전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가 만드는 마스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용인 KF94 마스크의 가운데가 투명하게 처리된 형태다. 가운데 부분을 가위로 오려낸 뒤 안쪽에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붙이고 다시 투명 코팅지로 마감한 방식이다. 교사가 착용하면 청각장애 학생들이 입 모양을 잘 볼 수 있어 ‘립뷰 마스크’로도 불린다.
조 대표는 “청각장애인은 인공 달팽이관 수술을 받거나 보청기를 사용하더라도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을 봐야만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다”며 “선생님이 일반 방역 마스크를 쓸 경우 청각장애 학생들은 수업내용을 알 수 없고 그냥 ‘멍 때리기’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청각장애 학생 6,200여명 중 상당수는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데 지난 20일부터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등교가 재개되면서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학습장애를 없애기 위해 지역 전문재활센터인 하늘샘치료교육센터가 교사용 투명 마스크를 개발하자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한 마스크 제조업체 위텍코퍼레이션이 KF94 마스크 2만장을 기부하고 청각장애인센터가 15일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대량생산에 나섰다.
조 대표는 “한국전력 등 기업과 개인 봉사자들이 하루 40~60명씩 팔을 걷어붙이고 밤낮으로 마스크를 만들고 있지만 쉽지 않은 개조 공정과 수작업에 하루 700장 만들기도 쉽지 않다”며 “그래도 보름 안에 우선 2만장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1일까지 개조한 마스크는 총 3,000장 정도로 우선 대전 지역 학교 분량 780장을 비롯해 전국 100여군데에 마스크 1,800여장이 무료로 제공됐다. 조 대표는 “전국 학교 90군데가 넘는 곳에서 신청서가 쇄도했는데 수도권이 가장 많고 일부에서는 판매용 제조 요청도 오고 있다”며 “후원하는 기업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사렛대에서 언어치료학을 전공하고 언어치료사로 활동했던 조대표는 청각장애인 생애지원 사업에 뜻을 같이한 지역 청년들과 함께 2018년 말 청각장애인센터를 세웠다. 지난해 5월에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고 보청기나 인공 달팽이관 등 보조기기 컨설팅·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그는 “립뷰 마스크를 계기로 청각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장애인들이 당당히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바란다”고 덧붙였다.